Wednesday, September 01, 2010

몰입해보지 못한 인생에 대해서

1.
최근 생각하고 예상한 것들이 대부분 맞아들어가는 현상. 그러나, 어제는 누군가 환율에 대한 내 의견을 물어보는데, 아주 막연하기 짝이 없는 하고 말았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설픈 대답이 나온다.

2.
황농문의 "몰입"이란 책을 읽고, "몰입"이란 상태가 이해가지 않았다면 참 안타까운 인생이다. 그게 소극적 몰입이든 적극적 몰입이든 몰입상태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지나간 인생에 단 한번도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인생에서 한 3번 정도 극단적인 "몰입"의 경지를 경험했던 것 같은데, 황농문 교수가 말하나는 적극적, 긍정적 몰입을 맛 본 것은 시기적으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하루 24간 내내, 시장(market)만 생각했다. 2006년 겨울 한달 내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어느덧, 미국은 부동산 거품 때문에 몰락을 경험할 것이란 확신에 찬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 경험을 갖고 "몰입"이란 책을 읽으니, 그의 주장이 눈과 귀에 쏙쏙 박힌다.

최근 읽고 있는, 아이의 두뇌패턴(좌뇌/우뇌)에 관한 책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나는 전형적인 우뇌형 인간인데, 나를 좌뇌형 인간에 가깝게 보이게(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본다) 만드는 것은 내가 경제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철학을 공부하면, 구조적 사고가 가능하고, 구조적 사고는 직관에만 의지하는 우뇌형 인간의 장점이자 단점을 극복하게 해준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황농문이 말하는 것처럼, 경제학을 몰입해서 공부하다보면, 시장에 몰입해서 일하다가 보면, 내 삶을 그것들을 연구하고 공부하는데 던져도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경제학의 가치, 금융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몰입의 가치" 때문이다. 몰입의 경험이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경제학을 평생 공부하는 인생의 허무함" 또는 "직업을 위해서 다른 생활을 희생하는 고통"에 관해서 논한다. 하지만, 긍정적 몰입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몰입의 쾌감 때문에 다른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황농문은 이런 몰입의 쾌감을 종교의 영역에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보는데, 동의한다. 모든 종교적 주제는 몰입해야만 풀 수 있다. 불교에서 화두를 잡고 깨달을 때까지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선은 화두를 붙잡는 육체적인 수단이고.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인간은 어디서 온지 알고 싶다면, 현자나 성인을 만나서 물어봤자 소용없다.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그 과정은 '몰입'의 경험없이는 불가능하다.

3.
논현동 한정식당인 '가시리'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남녀 대여섯명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한 후, 우산을 펴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옷입은 모양새도 심상치 않은데, 말하는 어투와 매너도 형편없다. 목소리가 크고, 상소리가 섞여으며, 머리는 단정하지 않고, 옷들의 색깔은 산만하다.

그 사람이 말하는 모양새, 옷입는 스타일, 머리를 관리하는 방식만 보아도 그 사람에 대해서 80%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첫인상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하는 말일 뿐이고, 사실은 말투와 표정 그리고 목소리를 포함한 외모를 통해서 인간은 거의 모든 것이 파악될 수 있다. 좋지 않은 말투와 표정 그리고 목소리를 갖고서 (조폭과 같이 그런 게 장점인 곳에서는 일하는 것이 아닌한) 인생을 성공하긴 어렵다.

4.
제대로 된 인간은 가까운 사람에게 더 친절하다. 다소 모자르고 떨어지는 인간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차갑고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다. 가까운 사람의 대표격인 가족을 예의바르게 대하고 격식을 갖춰 말을 하는 사람은 인격적으로 아주 성숙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결국 나쁜 운명도 좋게 바꾸고, 힘든 인생도 쉽게 개척한다.

1 comment:

  1. 언제나처럼 잘 읽었습니다. 요즘 몰입에 대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책도 있었군요.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그런데 환율은...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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