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06, 2012

휴일 풍경

작년 6월 이후 골프를 친 적이 거의 없는데, 오늘 오랜만에 골프를 다녀오니 아이들은 놀이터에 가고 없고, 처는 자고 있다. 아이들이 뭐하고 노나 보러 놀이터에 나갔다. 놀이터는 두 부류로 나뉘어져서 한쪽에서는 5년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축구를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부모들과 놀고 있다. 7살인 둘째 혼자 그네를 타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학년인 형은 어디가고 혼자 이러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저는 축구를 잘 못해요"한다. 축구를 못하는 게 아니라 7살 아이로서 5학년 형아들과 축구를 하긴 역부족인 거다. 2학년 큰아이는 깍두기로 끼어서 그래로 공을 만져는 보는 중이다.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다가, 아이가 춘향이처럼 멀리 그네를 타기에 나도 해볼까 하고 흉내 내다고 그네 기둥에 머리를 박치기했다. (지금도 아프다)

그네타기를 끝낸 아이를 업고 축구쪽으로 간다. 조금 걷는데 아이가 내리겠다고 한다. 형들이 있는데 업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 거다. 아이를 안고 앉아, 2학년 아들과 5학년 아이들이 축구하는 걸 지켜본다. 안고 있는 7살 아이의 마음이 전해져온다. "저기는 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다. 2학년 아들이 물병의 물을 마신다. 다른 아이들이 한 모금씩 달라고 한다. 아이가 생색을 내면서 물을 건내 준다. 5학년 아이 중에 하나가, "경도하자"라고 외치고 아이들이 전부 모인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편을 가를 모양이다. '경도'는 경찰과 도둑의 준말인데, 놀이의 디테일은 나도 모른다. 7살 아이에게 "넌 경도 안해?"라고 묻는다. 아이가 형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5학년 형아 중에 친한 형의 어깨를 툭하고 치며 웃는다. 형아가 아이를 자기 무릎에 앉혀준다. 놀이터의 시간은 너무 천천히 흐르고, 아이들간의 알 수 없는 질서가 나를 웃게 만든다. 나는 아이들에게 간다고 인사를 한다. 아이들이 내게 손을 흔든다. 반포나 목동에서는 볼 수 없는 놀이터 풍경이라고 한다.

3 comments:

  1. 아직도 놀이터가 살아있는 동네군요. 아이들도 참 행복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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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에서 행복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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