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동시장의 예로 영화 '컴파니 맨'(The company man, 2010)을 설명하려다 극중 비중없는 조연으로 나온 케빈 코스트너에게 눈길이 갔다.
그를 처음 본 건 89년도 국제극장에서 'The Untouchables'를 할 때였다. 숀 코넬리라는 배우의 매력이 흐르다가 넘쳐 폭발하던 영화. 그 다음해인 90년도에 명보극장에서 'No way out'도 나름 인기를 끌었다. 둘 다 1987년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좀 늦은 편이다. 88년 작품으로 마이너 리그 야구선수로 출연한 'Bull Durham'을 91년도에 개봉했지만, (나를 포함한) 소수의 매니아들을 제외하곤 별로 인기가 없었다. 한국에서 여성팬들의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은 90년도에 찍은 'Revenge'가 개봉되면서였다. 섹시하하면서 쿨한 전직 공군장교로 등장해 청순한 이미지의 매들린 스토우와의 비극적인 사랑(잘 들여다 보면 친구의 부인과의 개념없는 불륜)을 연기하면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후, 아카데미상을 휩쓴 '늑대와의 춤을'(Dances with woloves)이 개봉되면서 머리 속도 찬 지적인 배우란 이미지마저 얻게 된다. 범작인 'Robin Hood'(1991)를 거쳐, 문제작이었던 올리버 스톤의 JFK(1991)를 지나, 팝의 역사에 남을 'Bodyguard'(1992)를 찍으면서 배우로서는 최고 인기를 누린다. 다음 해엔 1993년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걸작 'Perfectworld'를 찍은 이후로 줄줄이 망하는 영화를 고른다. 그 뒤 20년(!) 동안, 감독을 맡은 'Open Range'(2003)와 주연을 맡은' Mr. Brooks'(2007)가 좋은 평을 받긴 했지만, 이전의 명성에 비하면 대단한 성취라고 보기는 어렵다.
55년 생인 그는 지금 58살. 다른 말로 하면, 30세 중반에 인생의 정점을 맛 본 후, 38살 이후 지금까지 20년 간의 영화경력은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배우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인기가 시들해지고, 이미 돈과 명예를 얻은 이상 더 이상의 에너지를 끌어내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케빈 코스트너처럼 최고의 섹시 스타이자 액션 배우이자 감독까지 겸했던 배우가 마흔도 되기 전에 너무도 빠른 속도로 정점에서 내려온 것은 참 의외다. 한참 인기가 있을 때도 (멜 깁슨에 비하면) 그다지 좋아하던 배우는 아니었지만, 필모그래피를 정리하다 보니, 마치 전성기를 지난 회사가 전략적인 아젠다를 잘못 정하고, 이익 모멘텀을 잃고, 주식시장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마치 야후!처럼.
Monday, May 28, 2012
Sunday, May 27, 2012
'바른 생활'은 싫다
"미국의 대학교 교수님이 실험을 했대. 마시멜로는 맛있게 구워놓고 아이들에게 10분간 참으라고 한 거지. 10분을 참으면 마시멜로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주겠다고 한 거야.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10분을 참았다가 마시멜로와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지만, 어떤 아이들은 마시멜로가 너무 먹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 그랬던 아이들이 15년 뒤에 어떤 대학을 갔을까 교수님이 조사했더니 어떤 결과가 나왔게?"
"어떤 결과가 나왔는데요?"
"참고 먹었던 애들이 더 좋은 대학을 간 거야. 왜 그랬을까?"
"음. 마시멜로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져서요"
"머라고?"
"마시멜로를 먹으면 왜 머리가 나빠져?"
"몰라요"
"마시멜로를 참았다 먹었던 애들이 대학을 잘 갔다니까"
"그러니까 마시멜로를 먹고 머리가 나빠졌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독이 된 거죠"
"그게 아니라, 마시멜로를 참고 먹을 수 있는 애들이 참을성이 있어서 공부를 잘 했다는 거야"
"에이, 그게 모에요"
"왜?"
"비과학적이에요"
"그게 왜 비과학적이야. 공부와 참을성의 관계를 실험해서 알아 낸 건데"
"게다가 너무 바른 생활적이에요"
"..........."
아이는 '런닝맨'의 광팬. 그걸 보려던 찰라에 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3분 안에 먹어야 한다며 허겁지겁 밥을 국에 말아서 입에 퍼넣기에 그러지 말라고 시도한 나의 교훈적인 스토리에 아이는 일격을 가했다. 학교에서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바른생활'인 아이. 그러고 보니, 나도 '바른생활'이 제일 싫었다. 앞으론 좀 더 서사적인 이야길 준비해서 이야기해야겠구나, 이제는 2학년 아이를 납득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데요?"
"참고 먹었던 애들이 더 좋은 대학을 간 거야. 왜 그랬을까?"
"음. 마시멜로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져서요"
"머라고?"
"마시멜로를 먹으면 왜 머리가 나빠져?"
"몰라요"
"마시멜로를 참았다 먹었던 애들이 대학을 잘 갔다니까"
"그러니까 마시멜로를 먹고 머리가 나빠졌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독이 된 거죠"
"그게 아니라, 마시멜로를 참고 먹을 수 있는 애들이 참을성이 있어서 공부를 잘 했다는 거야"
"에이, 그게 모에요"
"왜?"
"비과학적이에요"
"그게 왜 비과학적이야. 공부와 참을성의 관계를 실험해서 알아 낸 건데"
"게다가 너무 바른 생활적이에요"
"..........."
아이는 '런닝맨'의 광팬. 그걸 보려던 찰라에 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3분 안에 먹어야 한다며 허겁지겁 밥을 국에 말아서 입에 퍼넣기에 그러지 말라고 시도한 나의 교훈적인 스토리에 아이는 일격을 가했다. 학교에서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바른생활'인 아이. 그러고 보니, 나도 '바른생활'이 제일 싫었다. 앞으론 좀 더 서사적인 이야길 준비해서 이야기해야겠구나, 이제는 2학년 아이를 납득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Saturday, May 19, 2012
이성과의 우정의 힘
임상수의 '돈의 맛'을 보다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아빠(백윤식)와 딸(김효진), 엄마(윤여정)와 아들(온주완)의 관계였다. 같은 부모라도 특히 이성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이다. 백윤식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건 딸인 김효진이다. 심지어 아빠의 정부인 필리핀 여자에게도 김효진은 관대하다.
엄마의 딸이 친밀한 것은 이상할 게 없지만, 아빠와 친밀한 딸이 특별한 힘을 가진 경우를 많이 봤다. 다른 면보다 왠만한 사건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엄청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경우. 한 선배는 심지어 아빠의 첫사랑을 같이 만난 적도 있었다는데, 그 아빠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에 대한 추억이 참 많고 부러웠다. 그런 남 다른 아빠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로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고 산 삶이었다.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게 이상하다.
큰 아들은 나와 너무 비슷하고, 작은 아들은 엄마와 너무 닮았다. 예를 들어, 아이는 수업시간에 거의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수업을 방해하는 법은 많지 않지만, 이 아이에게 학교수업은 대부분 매우 지루하다. 당연히 학원 가는 건 싫어하고 거부한다. 하루에 몇 시간은 놀이터에 나가서 놀아야 한다. 대신 새벽에 일어나 혼자 책을 읽는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처의 입장에서는 큰 아이를 이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아이를 이해하는 건 나다. 내 어렸을 때와 비슷하니까 그리고 그런 경향이 클수록 더 강해지니까 잠시 생각해보면 남들이 이해못하는 것도 나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 이해는 이성 부모에게 받는 편이 너에겐 훨씬 좋았을텐데. 다른 성을 가진 존재의 지지와 믿음은 동성의 존재보다 몇 배의 큰 힘이 되는데. 어느 시점이 되면, 좋은 이성 선배나 이성 친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운이 필요하다. 사람도 잘 만나야 하고, 관계유지에도 지혜가 필요하니까.
굿럭.
엄마의 딸이 친밀한 것은 이상할 게 없지만, 아빠와 친밀한 딸이 특별한 힘을 가진 경우를 많이 봤다. 다른 면보다 왠만한 사건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엄청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경우. 한 선배는 심지어 아빠의 첫사랑을 같이 만난 적도 있었다는데, 그 아빠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에 대한 추억이 참 많고 부러웠다. 그런 남 다른 아빠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로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고 산 삶이었다.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게 이상하다.
큰 아들은 나와 너무 비슷하고, 작은 아들은 엄마와 너무 닮았다. 예를 들어, 아이는 수업시간에 거의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수업을 방해하는 법은 많지 않지만, 이 아이에게 학교수업은 대부분 매우 지루하다. 당연히 학원 가는 건 싫어하고 거부한다. 하루에 몇 시간은 놀이터에 나가서 놀아야 한다. 대신 새벽에 일어나 혼자 책을 읽는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처의 입장에서는 큰 아이를 이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아이를 이해하는 건 나다. 내 어렸을 때와 비슷하니까 그리고 그런 경향이 클수록 더 강해지니까 잠시 생각해보면 남들이 이해못하는 것도 나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 이해는 이성 부모에게 받는 편이 너에겐 훨씬 좋았을텐데. 다른 성을 가진 존재의 지지와 믿음은 동성의 존재보다 몇 배의 큰 힘이 되는데. 어느 시점이 되면, 좋은 이성 선배나 이성 친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운이 필요하다. 사람도 잘 만나야 하고, 관계유지에도 지혜가 필요하니까.
굿럭.
Friday, May 18, 2012
세 가지 금융시장 이슈
유럽 사태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 사람들의 대략적인 반응은 공포보다는 이제 짜증에 가까운 거 같다. 금융시장 밖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더 그럴 것이다. 아시아에서 의미있는 금융시장 사이즈를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보니, 외국인들이 보이는 투기든 헷지든 그들의 필요성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누군가 페이스북 대량 IPO와 몽크의 그림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을 두고 주식 고점 시그널이라고 말하는 걸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거에 근거해서 포지션을 잡을 순 없는 노릇이고. 이제 주식이 코스피 1800선이 무너지고 환율이 1150원을 넘어가면서 시장은 서브 프라임 위기가 발생한 이후 두 차례 경험한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즉, 코스피가 먼저 폭락하고 환율은 약간 올라가며 금리가 빠지는 1 단계. 지금은 코스피 폭락 만큼 환율도 따라서 폭등하지만 국채 금리는 그에 비하면 상당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대신 IRS 금리는 큰 폭으로 빠지면서 본드/스왑이 collapse하는) 2단계. 3단계는 금융위기 상황으로 정부가 환시장에 개입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단계인데, 이 단계까지 갈 가능성은 아직은 50% 미만이라고 본다. 마지막 단계까지 가게 되면, 이제까지 봤듯이 싼 값에 주식을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원칙적으로 유로는 깨질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가늠할 수가 없다. 일단 독일이 제시한 긴축안은 선거 결과로 볼 때 프랑스인들도 불만을 표시했고, 그리스는 격렬하게 반대를 표현한 셈이다. 문제는 그리스 국민들의 그런 정서와는 별개로 유로존에서는 나가기는 원치 않는다는 이율배반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6월 17일 그리스 총선 전까지 시장은 왔다 갔다 하면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짜증을 표현할테지만, 5월 23일에 있을 유로 회담 결과는 지금 가격 수준에서 악재는 아닐 듯 하다. 결국 과매도 다음엔 시장의 정상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인지 지금을 이용하는 용기인지 트레이더로서는 참 어려운 시점이다. 유럽이 마무리 되고나면 아마도 그 다음 이슈는 1) 중국의 하드 랜딩이 또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2) 미국의 재정 집행에 문제가 생기는 소위 fiscal cliff 가능성일 것.
큰 그림으로 보면,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유럽의 몰락과 미국의 재기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 나의 주장. 이런 결과는 연준이 2014년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더 명징해질 것으로 본다. 물론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미국의 정치/사회/정책 인프라와 오바마의 개혁 덕분이다. 길게 보면,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낫고, 금융이 제조업과 IT보다 죽쑤는 시간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비교적 괜찮은 balance sheet를 가진 국가들이 위기를 기회를 삼는 저력을 보여줄텐데, 한국은 위험과 기회를 다 갖고 있다. 위험은 다 알다시피, 가계부채 문제이고, 과연 이 문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기간 동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그 때까지 가계의 소득을 늘려놓는 것.
원칙적으로 유로는 깨질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가늠할 수가 없다. 일단 독일이 제시한 긴축안은 선거 결과로 볼 때 프랑스인들도 불만을 표시했고, 그리스는 격렬하게 반대를 표현한 셈이다. 문제는 그리스 국민들의 그런 정서와는 별개로 유로존에서는 나가기는 원치 않는다는 이율배반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6월 17일 그리스 총선 전까지 시장은 왔다 갔다 하면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짜증을 표현할테지만, 5월 23일에 있을 유로 회담 결과는 지금 가격 수준에서 악재는 아닐 듯 하다. 결국 과매도 다음엔 시장의 정상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인지 지금을 이용하는 용기인지 트레이더로서는 참 어려운 시점이다. 유럽이 마무리 되고나면 아마도 그 다음 이슈는 1) 중국의 하드 랜딩이 또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2) 미국의 재정 집행에 문제가 생기는 소위 fiscal cliff 가능성일 것.
큰 그림으로 보면,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유럽의 몰락과 미국의 재기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이 나의 주장. 이런 결과는 연준이 2014년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더 명징해질 것으로 본다. 물론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미국의 정치/사회/정책 인프라와 오바마의 개혁 덕분이다. 길게 보면,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낫고, 금융이 제조업과 IT보다 죽쑤는 시간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비교적 괜찮은 balance sheet를 가진 국가들이 위기를 기회를 삼는 저력을 보여줄텐데, 한국은 위험과 기회를 다 갖고 있다. 위험은 다 알다시피, 가계부채 문제이고, 과연 이 문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기간 동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그 때까지 가계의 소득을 늘려놓는 것.
임상수, 돈의 맛
3년 쯤 전 장난반 농담반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하루에 한 꼭지씩 써서 일년안에 출간 한다는 마음이었는데, 혼자서 큰 제목도 짓고 소제목도 짓고 한국 최고의 "하드 보일드 금융 액션 에로 소설"을 지향하며 일주일 정도는 결심한 대로 열심히 썼다. 내용은 단순했다. 트레이딩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한국판 조지 소로스인 주인공이 우연히 보수 언론사 사주의 치부를 알게 되는데, 알고 보니 어떤 재벌 기업의 불법상속과 연결되어 있다. 마침 미국의 서브 프라임 시장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돈을 벌게 된 주인공은 보수 언론사를 인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별한 계획 없이 마치 장난삼아 진행된 신문사 인수는 재벌기업의 비자금과 결부되면서 엄청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신문사 인수에 성공한 주인공은 신문사의 논조를 서서히 바꿔 가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보수 정당 유력자의 여자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그녀는 살해당하고, 막후에서 주인공을 돕던 절친한 친구는 행방불명된다. 마침내 주인공의 반격이 시작된다. 허접스러운 냄새가 풀풀 나는 소설은 역량과 시간부족으로 중단됐다. 생애 처음 써 본 소설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 썼다고 해도, 여러가지 문제(특히 에로부분의 선정성 때문에)로 출간은 어려웠을 것이다. 어제 임상수의 '돈의 맛'을 보고 든 생각은 임상수는 노무현도 한겨레도 검찰도 경찰도 그리고 내 소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는 것이었다. 옳은 척하고 잘난 척하고 군림하는 너희가 사실은 극히 찌질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도 굴복한 힘, 마치 세상 아무 것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그 힘에 대해서, 임상수는 너무나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이루어진 예술적 성취를 통해 그들을 완벽하게 모욕하는데 성공한다. 마치 생물학적 죽음만이 그들을 응징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무력감이 극복되는 쾌감이 있다. 임상수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건 우리가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몇 번 다시 뽑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건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이 보여주는 영화적 사실성이 박정희에 대한 수 백 편의 정치학 논문 보다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때 그 사람'은 몇 가지 디테일 때문에 미완의 시도로 끝났지만, '돈의 맛'은 그것 보다는 훨씬 영리하게 영화를 끌고 간다. 임상수의 곤조와 예술적 재능에 박수.
하드 보일드 금융 액션 에로물
오늘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물기를 털어내고, 얼마전 원이가 준 크림슨 색 모자를 눌러썼다. 수영은 전문적인 수영선수가 아닌 이상, 정서적인 동기가 강한 운동이다.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수영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는 30분에 2킬로 미터 정도를 헤엄쳤다. 헤엄을 친다, 풀 사이드에 도달한다, 턴을 한다, 또 헤엄을 친다, 는 동작이 무한반복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깨닫는 것은 물안은 고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고요속에서 내 생각들은 끊임없이 산란하다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수영장과 도장은 그가 청춘을 보낸 곳이었다. 그는 몸을 쓰면서 자신과 남을 차별화했다. 그 몸의 차별성 위에 그는 자신의 정신 세계를 쌓아 올렸다.
준수는 엘리베이터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자 때문에 드리워진 얼굴의 음영 밑으로 땀이 송송 맺혀 있었다. 그의 근육은 적당히 자극되어 있었고, 몸은 완벽한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발걸음은 천정이라도 뛰어오를 정도로 가벼웠다. 알 수 없는 에너지로 발산하는 기운으로 그의 몸은 터질 것만 같았다. 그의 예금계좌는 이제 얼마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으로 넘쳐대고 있었다. 모든 주제에 대해서 유쾌한 대화를 나눌 친구를 전화만 걸면 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본 그 어떤 여자보다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꾸미고 있는 일들은 그가 가진 모든 것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그래도 넌 그 일을 할테냐. 준수는 거울의 자신에게 물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는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을 나오면서 준수는 호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1번 단추를 길게 눌렀다. 재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너에게 전화 하려고 했어.
왜?
아무래도 저쪽에서 움직이는 거 같아. 당분간 몸조심하는 게 좋겠다.
안 그대로 요즘 누가 따라다니는 느낌이 들던데.
정말이야?
농담이야.
준수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신라일보와 보수당을 싫어했지만 그들을 특별히 악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들은 그냥 자기 욕심에 밝은 보통의 인간들이다, 라는 게 준수의 믿음이었다. 만약에 그들이 정말 악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굳이 신라일보를 사들이고 말고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응징하고 제거하는 편이 빨랐을 것이다. 물론, 신라일보를 이런 식으로 몰래 사들이고 공격하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수는 그 위험에 대해서도 거의 걱정하지 않았다. 그의 대부분의 돈은 미국 금융 시장에서 번 돈이었다. 검찰이든 정치세력이든 아무리 공격할 거리를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매사에 조심스러운 재호는 달랐다.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재호의 극단적인 조심성을 준수는 언제나 존중했다. 그래서 자신과 재호가 전면에 나서는 일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제하자는 그의 의견을 따랐다. 그가 듣지 않은 재호의 충고는 오직 하나, 그녀를 멀리 하라는 것 뿐이었다.
준수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그의 회색 승용차가 주차된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곳곳에 CC TV가 설치된 스포츠 클럽의 지하 주차장이었고, 저렇게 눈에 띄게 모여있는 있는 것은 그게 누구든 이상했다.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려는데 저렇게 표시나게 모여서 누굴 기다리는다는 모습이 그냥 우습다고 넘어가기엔 개운치 않았다. 차를 타려면 준수는 그 앞을 지나야했고,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가 앞으로 다가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갖추고 일어났다. 누굴까. 준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걸 보니 제대로 된 운동을 한 녀석은 하나 뿐이었다. 대부분 둔하고 느려 보였다. 하지만, 다섯이었다. 그리고 모두 크고 작은 흉기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저런 걸 들고, 카메라가 즐비한 주차장에서 사람을 기다리다니 아무 생각이 없는 놈들이다. 웃으며 말했다.
차를 빼야 하니 비켜 주시겠어요?
갑자기 맨앞에 선 녀석의 주먹이 날아 들었다. 주먹을 휘드르는 모습이 제대로 훈련 받은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은 세게 때리라고 하면 주먹을 뒤로 빼고 힘을 줘서 크게 휘드른다. 그렇게 큰 자세로 긴장까지 하게 되면, 아무리 세게 때리는 것 같아도 전혀 타격을 줄 수 없다. 준수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 중심을 유지한 채 짧게 끊어서 주먹으로 양미간을 때렸다.
너희가 뭐하는 넘인지, 누군인지 모르겠다만. 너희 같은 놈들에게 시간을 허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준수는 숨을 깊이 들이 마시며 의식을 단전으로 모았다. 기운이 몸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횡과 종으로 나란히 서 있는 차를 방패삼아 등지고 남은 네 명을 주차장 가운데로 끌어냈다.
모두 한번에 끝내야 한다. 한방에 하나씩. 그리고 센 넘을 가장 먼저.
맨앞에 선 녀석과의 거리를 계산하면서 앞으로 두 번 연속으로 뛰었다. 양 옆의 두 놈이 고함을 지르며 양쪽에서 동시에 달려 들었다. 왼발로 낭심을 걷어차고 뛰어 오르며 오른 발등으로 얼굴을 걷어찼다. 발등으로 얼굴이 감겨오더니 녀석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자기 발로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내려다 보았다. 눈에 흰 자위를 드러낸 채 손발을 떨고 있는게 보였다. 머리를 드니 뒤에 서있는 녀석이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쪽으로 달려 가려는 순간, 오른쪽으로 서늘한 기분이 느껴지며 새하얀 칼날이 번득였다.
이런 순간이 가장 자극적이다.
고등학교 시절 준수와 함께 운동했던 성운형은 언젠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2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성룡의 눈 앞에서 총으로 위협한다는 게 말이 돼? 나는 무술가의 발보다 총알보다 빠르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총을 쏘겠다고 생각하는 데 걸린 시간과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을 감안하면 자신의 발이 반응하는 것보다 절대 빠를 수 없다는 게 성운형의 주장이었다. 일대일의 대결에서 어떤 무기를 든 사람보다 성운형의 발은 빨랐다. 준수는 그게 성운형의 발이 총알보다도 칼보다도 빠르기 때문이라고 믿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게 성업형의 머리 때문이란 걸 알겠됐다. 머리 속도는 총알의 속도보다 빠르다. 머리는 총알보다 빠르고, 발차기는 머리 만큼이나 빠르던 성운형은 결국 재작년 북경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내가 지르는 발이 보이지 않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인 감각만이 지배하는 순간. 이런 순간에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때가 온다. 준수는 그 시간을 잘게 쪼개서 그 칼날 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흘낏 바라보고 오른 주먹으로 녀석의 우미혈을 내질렀다. 주먹에 느끼는 무뚝뚝한 촉감.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손바닥 밑으로 녀석의 대동맥을 내리쳤다. 몸을 보니 그나마 훈련이 되어 있는 녀석 같아서 두 번이나 확실하게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대동맥을 내리치면 적어도 한 나절 동안은 일어날 수 없다. 일어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제 나머지 녀석들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갑자기 한 녀석이 옆으로 재빠르게 뛰었다. 따라가면서 뒷꿈치를 살짝 밟았더니 놀라 쓰러졌다. 쓰러진 얼굴에 비굴한 표정이 떠오른다. 이런 순간이 가장 싫다. 저질스런 인간이 만드는 표정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 비슷하다. 그래도 끝까지 오른 손에 쥔 칼을 놓을 줄 모른다. 준수는 인대의 위치를 감안해서 무릎을 밟았다.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일주일쯤은 지나야 걸어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턱밑을 걷어찼다.
이런 녀석들이라면, 내가 물어도 누가 보냈는지 대답도 못해줄 거다.
준수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까 듣던 키신이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이 큰 소리로 정적을 깼다. 급하게 볼륨을 줄이며 천천히 엑셀을 밟았다. 재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안전벨트 줄을 당겼다. 다른 한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오른 편에서 흰색 SUV가 돌진해 오는 것이 보였다. 아차 싶었던 준수가 더 빠르게 엑셀을 밟으려는 순간 차의 오른쪽이 무너지면서 준수는 왼쪽 창문에 얼굴을 부딪혔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북경에서 죽은 성운형이 생각났다.
Friday, May 11, 2012
노래의 힘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한지 이번 달로 1년이 된다. 보컬 트레니닝을 하다 보니 피아노를 치고 싶어져서 피아노도 같이 배우기 시작한지는 8개월 정도 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재밌고, 피아노를 배우는 건 어렵다. 여전히 음정은 불안하고, 박자는 맞추는 건 엉망이다. 내 목소리 톤에 맞는 노래를 찾고, 내 음역대를 조금씩 넓히고, 호흡을 쓰는 법을 배우고, 두성으로 노래한다는 것의 뜻을 어렴풋이 알아차리는 정도다. 30대 이후로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요즘은 가요를 귀에 끼고 살게 되었다. 고음을 잘 내지 못하지만 톤이 얇은 목소리라 잘만 포장하면 내가 낼 수 있는 고음의 절대치가 G#이란 것을 숨길 수 있다. 1년 간의 레슨으로 F에서 건반 3개가 올라갔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를 일이 생겨도 긴장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좋은 일이고, 노래방에서 키를 낮출 필요가 적어진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더 즐기게 될 수 있게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매력적인 저음이라는 JK김동욱의 노래는 실은 대부분 고음이고, 그의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애완하는 노래는 조덕배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없습니다'. 대충 나긋나긋 부르는 것 같은 성시경의 노래는 대부분 어렵고 그 이유는 음역대도 높지만 워낙 호흡을 깊게 쓰기 때문이다. 부활의 정동하는 톤이 얇은 보컬이 아니지만 음역대가 굉장히 높고 굉장히 아름다운 비브라토를 쓴다. 정동하가 부르는 부활의 '사랑'이나 '네버 엔딩 스토리'는 이승철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존 박이 부르는 '빗속에서'를 들으면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된다. 리듬 앤 블루스에 대한 감각은 타고 난 듯. 그렇지만 역시 가수는 타고 난다는 건 김건모의 '미련'을 연습하면서였 깨달은 듯 하다. 마치 노래에 미련을 갖지 말라고 알려주기나 하듯, 그의 노래는 후렴부분보다 도입부분이 훨씬 압도적으로 가슴을 후벼파고, 따라 부르기도 어렵다. 김연우의 '미련'의 2절은 김건모보다 건반 2개를 낮춘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김건모의 문제는 노래를 너무 쉽게 잘 부른다는 것이니까, 살아 남으려면 조금은 연출이 필요하듯 싶다.
"형 저는 중학교 이후로 제가 사귀고 싶었던 여자를 사귀지 못한 적이 없어요"
"그래?"
"네. 기분 나쁘거나 재수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게 제가 경험한 현실이었었요"
"너 생각엔 왜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제가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면 다 저의 마음을 받아줬어요"
"음. 그렇구나. (잠시 정적) 나도 요새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중인데"
"형. 근데 그건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 왜 아니겠니)"
매력적인 저음이라는 JK김동욱의 노래는 실은 대부분 고음이고, 그의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애완하는 노래는 조덕배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없습니다'. 대충 나긋나긋 부르는 것 같은 성시경의 노래는 대부분 어렵고 그 이유는 음역대도 높지만 워낙 호흡을 깊게 쓰기 때문이다. 부활의 정동하는 톤이 얇은 보컬이 아니지만 음역대가 굉장히 높고 굉장히 아름다운 비브라토를 쓴다. 정동하가 부르는 부활의 '사랑'이나 '네버 엔딩 스토리'는 이승철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존 박이 부르는 '빗속에서'를 들으면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된다. 리듬 앤 블루스에 대한 감각은 타고 난 듯. 그렇지만 역시 가수는 타고 난다는 건 김건모의 '미련'을 연습하면서였 깨달은 듯 하다. 마치 노래에 미련을 갖지 말라고 알려주기나 하듯, 그의 노래는 후렴부분보다 도입부분이 훨씬 압도적으로 가슴을 후벼파고, 따라 부르기도 어렵다. 김연우의 '미련'의 2절은 김건모보다 건반 2개를 낮춘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김건모의 문제는 노래를 너무 쉽게 잘 부른다는 것이니까, 살아 남으려면 조금은 연출이 필요하듯 싶다.
"형 저는 중학교 이후로 제가 사귀고 싶었던 여자를 사귀지 못한 적이 없어요"
"그래?"
"네. 기분 나쁘거나 재수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게 제가 경험한 현실이었었요"
"너 생각엔 왜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제가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면 다 저의 마음을 받아줬어요"
"음. 그렇구나. (잠시 정적) 나도 요새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중인데"
"형. 근데 그건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 왜 아니겠니)"
Tuesday, May 08, 2012
My thoughts on the markets
지난 금요일, 미국 4월 비농업고용지표가 예상인 16만 건 보다 낮은 11.5만 건으로 발표되었다. 실업률이 8.1%로 8.2%에서 더 떨어졌지만, 구직을 포기한 노동자 수가 많아진 결과란 평가로 주식시장은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10년 미국채 금리가 1.88%까지 하락한 후 프랑스 대선 결과로 1.82%까지 하락했다. 1분기 GDP는 발표된 2.2%보다 조금 낮게 수정될 듯 하고, 2분기 GDP는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일 듯 하다. 4월은 자동차 판매도 부진한데, 미국 3월과 4월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이유는 역사상 유래없이 따듯했던 겨울로 인해 예상보다 더 개선되었던 올 초의 고용지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듯 하다. 최근 나온 지표중 유일하게 기대치를 상회한 지표는 ISM 제조업 지수이지만, 다른 국가들의 생산 지표가 그다지 좋지 않은 걸로 보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다만, 지금 미국이 제조업이 잘 버티고 있는 건 수출이 잘 되고 있기 때문. 수출에 대비해서 소비, 부동산투자, 설비투자, 그리고 정부지출를 포함한 최종수요(final demand)는 1분기 1.5%. 2분기 2.2%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지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기대감이 컸다가 줄여가던 작년 이 맘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미국 10년 채권 금리는 어제 더 낮아져 어제 한 때 1.82%까지 떨어졌다. 역사적 최저 수준인 1.72%(종가기준)보다 약간 높다. 하지만, 주가 수준은 그것보다 훨씬 높아서, S&P500은 고점인 1420보다 50포인트 낮은 13650 수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할텐데, 1) 경제 상황 보다는 기업 상황이 좋고, 2) 유동성이 여전히 시장에 많아서 주식과 채권의 동반 지지가 가능하다. 6월에 끝나는 Operation twist가 연장될지 여부는 데이타에 달려 있는 듯 한데, 지금 지표 정도는 그 정도로 연준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밀어붙일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진 않은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추가적 양적완화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 5월 비농업 고용은 지금까지의 주간실업청구 건수로 보면, 4월보다는 나을 가능성이 높다. 비관론자들은 작년 겨울의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던 날씨가 주는 왜곡이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물론 나는 그런 비관론자가 아니다. 주택시장의 회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2013년 전까지, 연준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고, 채권 시장은 줄어든 변동성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2년 째 보내고 있고, 올해 남은 시간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잡아야 하는 기회는 6월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나서의 시장이 움직일 때일 것이다.
주식시장의 강력한 랠리를 가져올 뉴스는 아직 보이지 않고, 당분간 주식 투자자는 채권 투자자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개별 기업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그런 기업들이 다음 몇 년간의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수익률로 보면,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식음료와 제조업이 좋은 편이었고, 통신, 기계, 화학이 나빴다.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롯데삼강, 엘지생활건강, 현대차가 랠리한 한국과 애플, 코카 콜라, 스타벅스가 랠리한 미국은 그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통신, 기계, 화학이 부진했던 이유는 물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고, Caterpillar에 1분기 영업이익 부진에서 보듯, 중국의 소비에 비해 설비투자는 좋지 못하다. 하지만 정작 상해 중국종합지수는 연초 기준으로 19% 정도 랠리했다. 그 동안 하드랜딩에 대한 우려가 오버 프라이싱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은 2009년 중순 이후 계속 하락 국면이라 지금의 반등의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적극적 정부 정책에 기댄 경기반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듯. 올해 세계 주식시장에서 위너는 태국(+20%), 중국(+19%), 미국의 나스닥(+13.5%). 부진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5%), 스페인(-16%), 그리스(-5%), 포르투갈(-4%) 등의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들.
미국 10년 채권 금리는 어제 더 낮아져 어제 한 때 1.82%까지 떨어졌다. 역사적 최저 수준인 1.72%(종가기준)보다 약간 높다. 하지만, 주가 수준은 그것보다 훨씬 높아서, S&P500은 고점인 1420보다 50포인트 낮은 13650 수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할텐데, 1) 경제 상황 보다는 기업 상황이 좋고, 2) 유동성이 여전히 시장에 많아서 주식과 채권의 동반 지지가 가능하다. 6월에 끝나는 Operation twist가 연장될지 여부는 데이타에 달려 있는 듯 한데, 지금 지표 정도는 그 정도로 연준이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밀어붙일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진 않은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추가적 양적완화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 5월 비농업 고용은 지금까지의 주간실업청구 건수로 보면, 4월보다는 나을 가능성이 높다. 비관론자들은 작년 겨울의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던 날씨가 주는 왜곡이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물론 나는 그런 비관론자가 아니다. 주택시장의 회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2013년 전까지, 연준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고, 채권 시장은 줄어든 변동성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2년 째 보내고 있고, 올해 남은 시간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잡아야 하는 기회는 6월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나서의 시장이 움직일 때일 것이다.
주식시장의 강력한 랠리를 가져올 뉴스는 아직 보이지 않고, 당분간 주식 투자자는 채권 투자자와는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개별 기업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그런 기업들이 다음 몇 년간의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수익률로 보면,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식음료와 제조업이 좋은 편이었고, 통신, 기계, 화학이 나빴다.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롯데삼강, 엘지생활건강, 현대차가 랠리한 한국과 애플, 코카 콜라, 스타벅스가 랠리한 미국은 그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통신, 기계, 화학이 부진했던 이유는 물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고, Caterpillar에 1분기 영업이익 부진에서 보듯, 중국의 소비에 비해 설비투자는 좋지 못하다. 하지만 정작 상해 중국종합지수는 연초 기준으로 19% 정도 랠리했다. 그 동안 하드랜딩에 대한 우려가 오버 프라이싱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은 2009년 중순 이후 계속 하락 국면이라 지금의 반등의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적극적 정부 정책에 기댄 경기반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듯. 올해 세계 주식시장에서 위너는 태국(+20%), 중국(+19%), 미국의 나스닥(+13.5%). 부진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5%), 스페인(-16%), 그리스(-5%), 포르투갈(-4%) 등의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들.
Saturday, May 05, 2012
애플 vs. 삼성- 김밥의 경제학
내가 사는 동네에는 ‘싱싱나라 김밥’이라는 김밥 집이 있다. 이 집에는 1,500원짜리 야채 김밥 이외에 다른 메뉴는 없다. 이촌동 사는 형도, 삼각지 사는 동생도 여길 안다. 사람들은 그 집 앞에 매일 몇 미터씩 줄을 서 김밥을 산다.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김밥을 사려고 하지만, 줄이 길어서 사지 못할 때가 많다. 근처에 다른 김밥 집은 많고, 1,500원이라는 가격은 주변 경쟁 김밥 집들에 비해서 비싸지 않지만 딱히 싸지도 않다. 토요일엔 김밥을 사기가 더 힘들다. 아침을 먹으려는 동네 주민들과 배낭을 메고 등산을 가려는 사람들이 수 십 줄씩 사기 때문에 줄이 평소보다 더 길다. 이사 와서 처음 줄을 서서 김밥을 사고 있는 풍경을 봤을 때는 조금 이해가 안 됐다. 그래 봐야 김밥인데, 10분씩 줄을 서서 김밥을 사야 하나? 막상 먹어보니 맛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일부로 찾아와서 맛을 볼 정도는 아니었다. 줄을 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10분 줄을 서면, 내 시간 당 임금가치를 고려할 때, 그건 이미 1,500원짜리 김밥이 아니란 계산도 했다. 하지만, 즉석에서 김밥을 말아주니 맛있긴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느니 무슨 일인가 싶어 호기심에 사람들은 또 줄을 섰다. 줄 서기의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줄을 세우며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이니, 지금도 줄을 서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 집은 '싱싱나라 김밥'이 아니다. 내가 일부러 차를 몰고 가서 사오는 김밥 집은 여의도 역 앞에 있는 ‘한양김밥’이다. 여의도역 ‘먹자빌딩’에는 고기집부터 파스타에서 샌드위치까지 다양한 먹을 거리들을 파는 수 많은 음식점들이 있는데, 대부분 장사가 잘 된다. '한양김밥'은 분식점이고,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비롯해 간단한 한식을 포함해 약 30여 가지의 메뉴를 판다. 놀랍도록 많은 메뉴다. 이렇게 메뉴가 많으면 당연히 맛이 없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할 텐데, '한양김밥'은 늘 장사가 잘 된다. 평일 저녁 무렵에 가면 10개가 조금 안 되는 테이블은 앉을 자리가 없다. 나는 주로 토요일 밤 10시 무렵에 일요일 아침식사로 먹을 김밥을 사러 가는데, 그 시간조차도 손님들이 꽤 있다. 24시간 하는 분식집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한양김밥의 3,500원짜리 소고기 김밥은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김밥 중의 '지존무상'이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파는 소고기 김밥이 4,500원이고, 훨씬 근사한 포장 용기에 담겨 나오지만, 맛은 '한양김밥'의 소고기 김밥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양김밥'의 가격이다. '한양김밥'의 분식은 대부분 다른 분식점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한양김밥'의 김밥은 다른 김밥 집보다 훨씬 비싸다. 대부분의 여의도 야채김밥은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주머니가 얄팍한 직장인들을 공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한양김밥'의 야채김밥은 2,500원이다.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양김밥의 김밥은 잘 팔린다. 무엇보다 재료가 다른 김밥 집을 압도하고, 맛의 레벨이 다르다. 줄을 서서 사 먹는 싱싱나라 김밥과도 비교가 안 된다.
싱싱나라 김밥의 메뉴는 야채 김밥 한 종류뿐이다. 영업 시간도 짧다. 새벽에 일찍 열고, 오후가 되면 닫는다. 테이블이나 의자는 없다. 가족으로 보이는 다섯 명이 좁은 가게에서 일한다. 협업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끊임없이 밥과 야채를 비롯한 재료를 챙긴다. 항상 방금 간한 밥이 선풍기 앞에서 열을 식히고 있다. 할머니 한 분과 중년의 아주머니와 젊은 아가씨는 김밥을 말고, 제일 왼편에서 총각은 김밥을 썰고 포장한다. 돈을 거슬러 주는 인력은 따로 없다. 사람들은 돈을 통에 넣고 알아서 잔돈을 거슬러 간다. 일요일은 쉰다. 단일메뉴와 줄을 서는 모습 그리고 단순한 밸류체인을 보면 마치 김밥계의 ‘애플’을 보는 것만 같다. 품질관리도 철저해서, 만약 등산을 가면서 30개의 김밥을 준비해 가기로 했다면, 미리 가서 기다려 그 자리에서 싼 김밥을 사야 한다.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다려서 사고 나서 먹고 나면, “뭘 이렇게 유난을?”하고 말할 수 있다. 1,500원짜리 김밥의 한계치란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또 다음에 줄을 서서 사게 된다. 1,500원을 내고 먹을 수 있는 김밥의 최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1,500원짜리 김밥을 팔고 있지만, 그 김밥의 가치는 똑같지 않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최대의 가치를 끌어내는 것에 싱싱나라 성공의 핵심이 있고, 사람들은 그 때문에 단돈 1,500원짜리 김밥 때문에 줄을 선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음식 장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목’이라고 부르는 가게가 자리잡은 위치다. 위치가 나쁜데도 음식점으로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목이 좋다면, 어지간한 맛으로도 망하지 않을 수 있다. '싱싱나라 김밥'과 '한양김밥'은 모두 위치가 좋다. '싱싱나라 김밥'이 위치한 용문시장 사거리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사람들은 구획적으로 사거리는 대칭적인 공간이라 비교적 균질하게 장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가게터를 계약하는 사람이 있다면 망하기 딱 좋다. 사거리의 유동성은 결코 대칭적이지 않다. 사거리는 사람들의 동선을 중심으로 적나라하게 순위가 갈린다. 싱싱나라 김밥은 가장 사람들의 동선이 좋은 쪽에 위치하고 있다. 한양김밥가 위치한 여의도역 사거리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역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동선은 먹자빌딩이 위치한 쪽으로 몰린다. 건너편 아일랙스 빌딩은 훨씬 깔끔한 빌딩이고 음식점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훨씬 적다. 사학연금 빌딩이 있는 곳과 교보 빌딩이 위치한 곳 역시 마찬가지다. 두 김밥의 강자들은 일단 성공할 수 핵심 요인을 전제하고 시작하고 있다. 기업으로 치자면, 그것은 기업이 가야 할 아주 기본적인 전략의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과 같다. 목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좋은 맛을 가진 식당도 성공하기 어렵듯이, 아젠다가 잘못 설정된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니는 자신들이 인터넷 음원 판매를 하게 되면, 그것이 자신들의 음반산업을 카니발라이즈할 것(cannibalize)을 우려했다. 엘지도 자신들이 스마트폰에 뛰어들면, 그게 다른 제품을 카니발라이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삼성은 자신들이 카니발라이즈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할 것이라 생각했다. 엘지와 소니는 틀렸고, 애플과 삼성은 옳았다.
애플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폐쇄적인 운영 시스템. 삼성이 차용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비교해서 애플의 OS는 폐쇄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플의 폐쇄성이 궁극으로 애플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생각한 것은 애플의 OS가 궁극으로 지향하는 통합의 효율성이다. 폐쇄적이란 것은 나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좋은 구조로 통합할 수만 있다면, 폐쇄의 시너지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클 수 있다. 개방이 갖고 있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개방은 분산되어 있고, 통합되지 않은 반면, 애플은 각각의 효율적인 것들을 통합해서 더욱 많은 시너지를 낸다. 폐쇄적이란 것은 일단 사람들이 폐쇄되는 데 동의만 해준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제왕권과 민주국가을 비교하자면 전제왕권은 왕의 지적인 능력과 리더쉽에 의해서 운명이 좌우된다. 높은 수준의 지성과 지도력을 성취할 수만 있다면 철인정치는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구조의 연속성이다. 왕이 장남에게만 왕권을 물려주면 지도력의 수준은 필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형제들간의 경쟁을 도입한다고 해도 경쟁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따라서, 다소의 비효율성이 있다고 해도, 영속적인 정치제제를 위해서는 민주주적인 리더쉽이 더 낫다. 하지만, 기업은 정치제제가 아니다. 지금의 애플은 독재적인 통치제제에 비유하기보다는 외계인의 공격에 맞서는 초능력자들의 드림팀 ‘어벤저스’에 비유하는 게 맞다. 적들은 몰려오고 있고,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정예를 통합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각각의 강점을 가진 것들을 통합해서 통합적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에게는 아직도 ‘어벤저스’에 들어오지 않은 채 포섭을 기다리는 강력한 초능력자가 있다. 나는 그게 애플 TV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세상은 더 강력한 ‘어벤저스’에게 의존하게 될까, 아니면 ‘어벤저스’의 과중한 힘을 경계하게 될까?
애플과 삼성이 기본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전략적인 아젠다는 동일한 것이다. 심플한 밸류체인에서 가격에 대비 최대한의 가치를 뽑아내는 것이다. 애플이 지향하는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애플의 성공의 아주 지엽적인 부분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고 나는 생각하고 주장한다. 애플이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 전에도 애플의 디자인은 다른 경쟁 제품들에 비해서 탁월하게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애플의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지 않았다. 그런 믿음을 갖게 해준 것은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의 역량이었다. 애플은 제품의 70% 이상을 없애 제품라인을 간단히 만들어 버렸다. 선택과 집중이다. 생산 라인도 아웃소싱하면서 고용 비용을 줄이고, 재고를 줄여 관리 비용도 현격히 줄여버렸다. 그리고 대량구매를 통해서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도 엄청나게 싼 가격에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스트브 잡스가 엘지를 속여 패널 공급량을 늘리게 만든 일화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유명한 얘기다. 그렇게 해서 달성한 탁월한 원가 경쟁력으로 애플은 경쟁자들은 하나하나 제거해 버렸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애플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는 것을 믿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잡스는 디자인부터 원가관리에서 마케팅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친 완벽주의를 통해서 제품을 쓰는 사람들뿐 아니라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애플을 쓰는 것은 단지 질 좋고 값이 싼 제품을 쓰는 게 아니라는 인문학적 지성과 디자인적 감성을 선택하는 것이란 인상을 주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애플을 삼성과 차별시키는 점이다. 애플 대신에 삼성 제품을 쓰는 사람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하다.
스마트 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을 보면서, 사람들은 묻는다. 과연 10년 후에는 애플이 이길까? 삼성이 이길까? 그런데 과연 그것은 맞는 질문일까? ‘싱싱나라 김밥’과 ‘한양김밥’이 같은 장소에서 경쟁하게 되었다면, 과연 둘 중 하나는 망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 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유일한 경쟁자가 마치 상대편 김밥집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 둘은 서로에서 대체재이다. ‘싱싱나라 김밥’이 문을 닫으면 ‘한양김밥’에서 김밥을 사는 사람이 늘 것이고, ‘한양김밥’이 문을 닫으면 ‘싱싱나라 김밥'이 이익을 이익을 보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집합이 존재하고 있다. 그 차집합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경쟁자를 죽여 교집합을 넓히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들의 흥망성쇄의 본질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시장 전체 소비자 전체에게 더 많은 가치를 가격 대비 제공할 수 있는 능력과 미래를 보는 안목에 달려 있다. 나는 향후 10년간 그것이 중국시장에 달려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애플과 삼성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소비자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더 중국인들의 지갑을 여는데 탁월한가? 누가 더 확신에 차서 미래를 드라이브하는 것에 능한가? 잡스의 죽음은 삼성에게 조금 유리하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팀 쿡에게 앞에서 언급한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은 것 같다. 그리고 삼성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삼성이 아니라 그 누구도 외부에서 해결해 줄 수 이는 문제가 아니다. 아직은 시장이 그것을 전혀 프라이싱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 집은 '싱싱나라 김밥'이 아니다. 내가 일부러 차를 몰고 가서 사오는 김밥 집은 여의도 역 앞에 있는 ‘한양김밥’이다. 여의도역 ‘먹자빌딩’에는 고기집부터 파스타에서 샌드위치까지 다양한 먹을 거리들을 파는 수 많은 음식점들이 있는데, 대부분 장사가 잘 된다. '한양김밥'은 분식점이고,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비롯해 간단한 한식을 포함해 약 30여 가지의 메뉴를 판다. 놀랍도록 많은 메뉴다. 이렇게 메뉴가 많으면 당연히 맛이 없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할 텐데, '한양김밥'은 늘 장사가 잘 된다. 평일 저녁 무렵에 가면 10개가 조금 안 되는 테이블은 앉을 자리가 없다. 나는 주로 토요일 밤 10시 무렵에 일요일 아침식사로 먹을 김밥을 사러 가는데, 그 시간조차도 손님들이 꽤 있다. 24시간 하는 분식집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한양김밥의 3,500원짜리 소고기 김밥은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김밥 중의 '지존무상'이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파는 소고기 김밥이 4,500원이고, 훨씬 근사한 포장 용기에 담겨 나오지만, 맛은 '한양김밥'의 소고기 김밥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양김밥'의 가격이다. '한양김밥'의 분식은 대부분 다른 분식점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한양김밥'의 김밥은 다른 김밥 집보다 훨씬 비싸다. 대부분의 여의도 야채김밥은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주머니가 얄팍한 직장인들을 공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한양김밥'의 야채김밥은 2,500원이다.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양김밥의 김밥은 잘 팔린다. 무엇보다 재료가 다른 김밥 집을 압도하고, 맛의 레벨이 다르다. 줄을 서서 사 먹는 싱싱나라 김밥과도 비교가 안 된다.
싱싱나라 김밥의 메뉴는 야채 김밥 한 종류뿐이다. 영업 시간도 짧다. 새벽에 일찍 열고, 오후가 되면 닫는다. 테이블이나 의자는 없다. 가족으로 보이는 다섯 명이 좁은 가게에서 일한다. 협업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끊임없이 밥과 야채를 비롯한 재료를 챙긴다. 항상 방금 간한 밥이 선풍기 앞에서 열을 식히고 있다. 할머니 한 분과 중년의 아주머니와 젊은 아가씨는 김밥을 말고, 제일 왼편에서 총각은 김밥을 썰고 포장한다. 돈을 거슬러 주는 인력은 따로 없다. 사람들은 돈을 통에 넣고 알아서 잔돈을 거슬러 간다. 일요일은 쉰다. 단일메뉴와 줄을 서는 모습 그리고 단순한 밸류체인을 보면 마치 김밥계의 ‘애플’을 보는 것만 같다. 품질관리도 철저해서, 만약 등산을 가면서 30개의 김밥을 준비해 가기로 했다면, 미리 가서 기다려 그 자리에서 싼 김밥을 사야 한다.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다려서 사고 나서 먹고 나면, “뭘 이렇게 유난을?”하고 말할 수 있다. 1,500원짜리 김밥의 한계치란 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또 다음에 줄을 서서 사게 된다. 1,500원을 내고 먹을 수 있는 김밥의 최대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1,500원짜리 김밥을 팔고 있지만, 그 김밥의 가치는 똑같지 않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최대의 가치를 끌어내는 것에 싱싱나라 성공의 핵심이 있고, 사람들은 그 때문에 단돈 1,500원짜리 김밥 때문에 줄을 선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음식 장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목’이라고 부르는 가게가 자리잡은 위치다. 위치가 나쁜데도 음식점으로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목이 좋다면, 어지간한 맛으로도 망하지 않을 수 있다. '싱싱나라 김밥'과 '한양김밥'은 모두 위치가 좋다. '싱싱나라 김밥'이 위치한 용문시장 사거리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사람들은 구획적으로 사거리는 대칭적인 공간이라 비교적 균질하게 장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가게터를 계약하는 사람이 있다면 망하기 딱 좋다. 사거리의 유동성은 결코 대칭적이지 않다. 사거리는 사람들의 동선을 중심으로 적나라하게 순위가 갈린다. 싱싱나라 김밥은 가장 사람들의 동선이 좋은 쪽에 위치하고 있다. 한양김밥가 위치한 여의도역 사거리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역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동선은 먹자빌딩이 위치한 쪽으로 몰린다. 건너편 아일랙스 빌딩은 훨씬 깔끔한 빌딩이고 음식점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훨씬 적다. 사학연금 빌딩이 있는 곳과 교보 빌딩이 위치한 곳 역시 마찬가지다. 두 김밥의 강자들은 일단 성공할 수 핵심 요인을 전제하고 시작하고 있다. 기업으로 치자면, 그것은 기업이 가야 할 아주 기본적인 전략의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과 같다. 목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좋은 맛을 가진 식당도 성공하기 어렵듯이, 아젠다가 잘못 설정된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니는 자신들이 인터넷 음원 판매를 하게 되면, 그것이 자신들의 음반산업을 카니발라이즈할 것(cannibalize)을 우려했다. 엘지도 자신들이 스마트폰에 뛰어들면, 그게 다른 제품을 카니발라이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삼성은 자신들이 카니발라이즈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할 것이라 생각했다. 엘지와 소니는 틀렸고, 애플과 삼성은 옳았다.
애플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폐쇄적인 운영 시스템. 삼성이 차용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비교해서 애플의 OS는 폐쇄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플의 폐쇄성이 궁극으로 애플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생각한 것은 애플의 OS가 궁극으로 지향하는 통합의 효율성이다. 폐쇄적이란 것은 나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좋은 구조로 통합할 수만 있다면, 폐쇄의 시너지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클 수 있다. 개방이 갖고 있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개방은 분산되어 있고, 통합되지 않은 반면, 애플은 각각의 효율적인 것들을 통합해서 더욱 많은 시너지를 낸다. 폐쇄적이란 것은 일단 사람들이 폐쇄되는 데 동의만 해준다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제왕권과 민주국가을 비교하자면 전제왕권은 왕의 지적인 능력과 리더쉽에 의해서 운명이 좌우된다. 높은 수준의 지성과 지도력을 성취할 수만 있다면 철인정치는 효율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구조의 연속성이다. 왕이 장남에게만 왕권을 물려주면 지도력의 수준은 필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형제들간의 경쟁을 도입한다고 해도 경쟁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따라서, 다소의 비효율성이 있다고 해도, 영속적인 정치제제를 위해서는 민주주적인 리더쉽이 더 낫다. 하지만, 기업은 정치제제가 아니다. 지금의 애플은 독재적인 통치제제에 비유하기보다는 외계인의 공격에 맞서는 초능력자들의 드림팀 ‘어벤저스’에 비유하는 게 맞다. 적들은 몰려오고 있고,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정예를 통합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각각의 강점을 가진 것들을 통합해서 통합적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에게는 아직도 ‘어벤저스’에 들어오지 않은 채 포섭을 기다리는 강력한 초능력자가 있다. 나는 그게 애플 TV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세상은 더 강력한 ‘어벤저스’에게 의존하게 될까, 아니면 ‘어벤저스’의 과중한 힘을 경계하게 될까?
스마트 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을 보면서, 사람들은 묻는다. 과연 10년 후에는 애플이 이길까? 삼성이 이길까? 그런데 과연 그것은 맞는 질문일까? ‘싱싱나라 김밥’과 ‘한양김밥’이 같은 장소에서 경쟁하게 되었다면, 과연 둘 중 하나는 망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 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유일한 경쟁자가 마치 상대편 김밥집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 둘은 서로에서 대체재이다. ‘싱싱나라 김밥’이 문을 닫으면 ‘한양김밥’에서 김밥을 사는 사람이 늘 것이고, ‘한양김밥’이 문을 닫으면 ‘싱싱나라 김밥'이 이익을 이익을 보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집합이 존재하고 있다. 그 차집합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경쟁자를 죽여 교집합을 넓히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들의 흥망성쇄의 본질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시장 전체 소비자 전체에게 더 많은 가치를 가격 대비 제공할 수 있는 능력과 미래를 보는 안목에 달려 있다. 나는 향후 10년간 그것이 중국시장에 달려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애플과 삼성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소비자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더 중국인들의 지갑을 여는데 탁월한가? 누가 더 확신에 차서 미래를 드라이브하는 것에 능한가? 잡스의 죽음은 삼성에게 조금 유리하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팀 쿡에게 앞에서 언급한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은 것 같다. 그리고 삼성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삼성이 아니라 그 누구도 외부에서 해결해 줄 수 이는 문제가 아니다. 아직은 시장이 그것을 전혀 프라이싱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다.
Wednesday, May 02, 2012
아이의 가르침
첫째와 둘째는 성격면에서 아주 다르다. 둘 다 고주알 미주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첫째는 그 정도가 둘째보다 심하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 둘째는 유치원에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고, 그 아이 때문에 태권도도 배우고 있고, 영어 학원도 가고 싶어한다. 큰 아이는 학원이라면 질색을 하고, 여자 아이들을 대놓고 경원시 한다. TV에서 남녀가 포옹하는 장면이 나오면 둘째는 뚫어져라 쳐다보고, 첫째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5학년 형과 친한 첫째는 등교도 같이 한다. 5학년 형에게는 2학년 여동생이 있는데, 첫째가 유일하게 친구로 지내는 아이다. 그 아이는 친절하고 이상하게 굴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이상하게 군다"는 말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기분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인 듯 하다.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첫째는 어떤 때는 나보다 많이 먹는다. 어른 공기로 한 그릇을 뚝딱 먹지만 살은 전혀 찌지 않아, 전부 키로만 간다. 못 먹는 것도 거의 없다. 무교동 중식당 싱카이 로비에 있는 어항에 있는 가재를 보면서, 맛있겠다며 입맛을 다신다. 9시면 자는 우리 집 문화 때문에, 새벽 5시 반 정도면 일어나는데, 혼자서 불을 켜고 식탁에 앉아서 역사 만화와 어린이 성경과 셜록 홈즈를 본다. 그리고, 고려의 몇 대의 임금이 누군지, 김유신의 아버지 이름이 뭔지 가끔 내게 퀴즈를 가끔 내는데, 그런 걸 외우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김유신의 아버지 이름을 맞추는 걸 보고 감탄한 첫째는 내가 위키피디아를 혼자 읽는 게 취미이고, 이상한 것만 기억하는 게 특기라는 걸 모른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5학년 형은 아빠가 모대기업에 다니는데 창원으로 발령을 받아 2년간 가 계셔서 어쩌면 그리로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 미국 지사로 갈지도 모르고. 그 이야기를 하는데, 첫째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 아이를 안아 주었다. 밤에 아이를 재우는데, 나는 내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에게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거나,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면, 나는 주로 내 어린 시절 얘기를 하는 편이다. 딱히 뭘 어쩌라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상처로 어떤 경우엔 좋은 기억으로 남지만, 결국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알리는 방법은 그것 말고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2학년 아이에게 무슨 훈계나 교훈을 준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은 목적 지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은 랜덤하게 자신이 기억하고 싶어 좋아하는 것을 따라 움직이고 기억한다. 내가 그랬다. 아빠가 살던 아파트에 아빠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있었는데, 마치 너와 5학년 형아 관계처럼 친했단다. 그렇게 3년 동안 야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비디오도 보고, 마치 내 집처럼 그 집을 드나들었는데, 아빠가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끊겼어. 지난 30년 동안 보고 싶었는데, 5년 쯤 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동생 연락처를 알게 되서 연락을 해봤더니 연락이 오지 않더구나. 싱가폴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던 거지. 이런 이야기를 쭉 하는데, 아이가 말한다.
"다시 연락해 봐요"
아이의 충고대로 다시 연락해 보기 위해서, 아이들이 잔 후에, 몇 년만에 싸이월드에 들어갔는데, 이건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싸이월드 계정만 있고, 네이트 계정이 없어서인지 이리저리 링크를 타고 다녀도 전혀 진전이 없다. 30분을 더 헤매다가 결국 포기했다. 욕이 저절로 나왔다. 도대체 싸이 월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했더니 이런 일이 일어났다. 회사든 개인이든 흥하긴 어렵고, 망하는 건 순식간이다. 지난 주말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갔을 때, 아이들이 말했다.
"아빠, 내려오는 건 올라가는 것 보다 훨씬 쉬워요"
"그래? 얼마나 쉬운데?"
"2배는 더 쉬운 거 같아요. 올라가는 건 어려운데 내려오는 건 금방이에요"
"그럼 올라가는 게 어려우니까 앞으로는 안 올라갈래?"
"아뇨. 올라갈래요"
"왜?"
"정상이니까요. 정상이 좋아요"
"정상이 왜 좋은데?"
"정상은 다 보이니까 좋아요"
내려오는 건 금방이고, 정상은 다 보여서 좋다. 아이들은 때로 나의 스승.
같은 아파트에 사는 5학년 형은 아빠가 모대기업에 다니는데 창원으로 발령을 받아 2년간 가 계셔서 어쩌면 그리로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 미국 지사로 갈지도 모르고. 그 이야기를 하는데, 첫째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 아이를 안아 주었다. 밤에 아이를 재우는데, 나는 내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에게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거나,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면, 나는 주로 내 어린 시절 얘기를 하는 편이다. 딱히 뭘 어쩌라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벌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상처로 어떤 경우엔 좋은 기억으로 남지만, 결국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알리는 방법은 그것 말고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2학년 아이에게 무슨 훈계나 교훈을 준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은 목적 지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은 랜덤하게 자신이 기억하고 싶어 좋아하는 것을 따라 움직이고 기억한다. 내가 그랬다. 아빠가 살던 아파트에 아빠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있었는데, 마치 너와 5학년 형아 관계처럼 친했단다. 그렇게 3년 동안 야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비디오도 보고, 마치 내 집처럼 그 집을 드나들었는데, 아빠가 이사를 가면서 연락이 끊겼어. 지난 30년 동안 보고 싶었는데, 5년 쯤 전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동생 연락처를 알게 되서 연락을 해봤더니 연락이 오지 않더구나. 싱가폴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던 거지. 이런 이야기를 쭉 하는데, 아이가 말한다.
"다시 연락해 봐요"
아이의 충고대로 다시 연락해 보기 위해서, 아이들이 잔 후에, 몇 년만에 싸이월드에 들어갔는데, 이건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싸이월드 계정만 있고, 네이트 계정이 없어서인지 이리저리 링크를 타고 다녀도 전혀 진전이 없다. 30분을 더 헤매다가 결국 포기했다. 욕이 저절로 나왔다. 도대체 싸이 월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했더니 이런 일이 일어났다. 회사든 개인이든 흥하긴 어렵고, 망하는 건 순식간이다. 지난 주말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갔을 때, 아이들이 말했다.
"아빠, 내려오는 건 올라가는 것 보다 훨씬 쉬워요"
"그래? 얼마나 쉬운데?"
"2배는 더 쉬운 거 같아요. 올라가는 건 어려운데 내려오는 건 금방이에요"
"그럼 올라가는 게 어려우니까 앞으로는 안 올라갈래?"
"아뇨. 올라갈래요"
"왜?"
"정상이니까요. 정상이 좋아요"
"정상이 왜 좋은데?"
"정상은 다 보이니까 좋아요"
내려오는 건 금방이고, 정상은 다 보여서 좋다. 아이들은 때로 나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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